나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상의를 벗고 하의마저 벗으려는데, 임채연도 너덜너덜 찢겨진 상의를 천천히 벗고 있었다.
“크아! 좋았어!”
기대에 찬 놈의 커다란 목소리가 어쩐 일인지 아득히 작게만 들렸다. 나는 마지막 남은 속옷까지 벗고는 완전히 나체가 되었다. 갑자기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알몸의 상반신을 노출하고 팬티를 내리려고 허리를 숙이던 임채연이 내 눈물을 본 모양이었다. 그녀가 말했다. 수정처럼 맑은 두 눈동자로.
울지 마. 정민아. 난 아무렇지도 않아. 오늘 이 일을 계기로 어떤 일이 있다하더라도 나는 언제나 네 옆에 있을 거야. 죽을 때까지.
나처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된 임채연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두 손으로 내 목을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입술을 내 이마에 조용히 갖다댔다. 이마와 눈꺼풀, 그리고 눈물이 타고 흘러내려간 양 뺨을 정성껏 혀로 핥았다.
그녀의 얼굴이 가슴을 지나 아랫배를 내려가 성기에 다다랐다. 그러자 전혀 예상치 않은 반응이 나타났다. 어떤 낯선 시선 때문에 발기가 되지 않을 거라는 짐작과는 달리 성기가 무섭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는 쾌락의 바다에 서서히 침몰해 갔다.
나는 바다 밑바닥으로 완전히 침몰하기 직전에 임채연을 일으켜 세웠다. 내 손짓의 의미를 재빨리 파악한 그녀가 먼저 침대로 다가가 누웠다. 그리고 나를 불렀다.
“어서 이리로 와 나를 사랑 해줘. 정민아……”
임채연이 열꽃이 아름답게 활짝 핀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는 정말이지 아무 것도 의식하지 않은 표정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서둘러 낙원에서 나를 부르고 있는 임채연에게 다가가 몸을 포갰다.
“아!”
그녀가 황홀한 신음을 내뱉으며 나를 더 깊이 받아들이기 위해 두 다리로 나를 감싸 안았다.
나는 힘차게 엉덩이를 움직였다. 쾌락으로 일그러진 임채연의 뜨겁게 입을 맞추었고 그녀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내 입술을 받아들였다. 아무 것도 보이지도,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지상의 낙원에는 우리 두 사람만의 거친 숨소리와 쾌락에 젖은 신음소리만이 가득했다. 나와 임채연은 펼쳐진 무대 위에서 거칠 것 없는 아름다운 춤사위로 서로를 절정에 다다르게 했다. 그때였다.
“에이, 시팔!”
외마디 욕설과 함께 이내 방문이 쾅하고 닫히는 소리가 났다. 우리들의 행위를 지켜보던 놈이 돌연 밖으로 나가버린 거였다. 심정에 어떤 급격한 변화가 온 것일까. 그가 그러거나 말거나 나와 임채연은 쾌락의 정점에 도달하기 위해 마지막 몸부림을 쳤다. 한바탕 폭풍우와 같은 몸부림 끝에 나는 그녀의 깊은 곳에 사정을 했다. 임채연의 몸 위에 그대로 한동안 포개진 채 숨을 고르다가 물었다.
네가 첫남자였다고… 하지만 수치스러웠던 그날 밤의 기억.
꽤 많은 시간이 흘러 다시 남자 앞에 나타난 여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남편…… 죽여줄래?”
한국 관능소설계를 이끌어온 제1세대 관능작가.
PC통신 시절부터 관능소설을 써온 작가는 그동안 <극한의 오르가슴>, <친구엄마에 대한 폭애>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