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뒤의 지퍼를 내리고 밑으로 끌어내리자 그녀는 팬티만 걸친 반라의 몸이 되었다. 브래지어는 하고 있지 않았다.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젖가슴을 가렸다. 부끄러움 때문은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다음 손길을 기다리는 신호 같은 것이었다. 예상대로 그의 눈길은 어설프게 가려진 그녀의 젖가슴에 붙박여 있었다.
“보기 드물게 예쁜 가슴이군.”
그녀의 손을 걷어내며 그가 입을 열었다. 그녀가 웃었다.
“듣기 나쁘진 않네요.”
“그저 당신 귀가 즐거우라고 하는 소리는 아녜요. 이런 순간에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얘기라는 게 대부분 의례적이긴 하지만 난 그런 입바른 소리 같은 건 잘 못하는 체질이거든. 정말이지 훔치고 싶은 가슴이야.”
그러면서 그는 그녀의 젖꼭지를 살살 문질렀다. 그녀의 입에서 가는 신음이 새어나왔다.
“으음……”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예민하기까지 한 가슴. 후후!”
“놀리지 마요.”
“칭찬으로 하는 얘기예요. 당신, 아까와는 달리 지금 너무 관능적인 거 알아요?”
“난 침대에서 말 많은 남자 싫어.”
그녀는 그의 목을 끌어당기며 다시 입을 맞추었다. 이제 그녀는 완전히 긴장이 풀린 모습이었다. 감정이 몸을 컨트롤하기도 하지만 때론 몸이 의식을 지배하기도 하는 법이었다. 지금 그녀는 자신의 몸에 충실하고 있었다.
기다렸다는 듯 그는 그녀의 팬티마저 벗겨 내렸다. 그리고 그녀가 몸을 웅크리고 있는 사이 그는 스스로 옷을 벗었다. 거침없이 옷을 벗는 그의 모습엔 왠지 모를 자신감마저 깃들어 있었다.
그녀는 곧 그 자신감의 이유를 알아차렸다. 그는 정말이지 아름답다고 느껴질 만큼 매력적인 몸을 지니고 있었다. 선이 뚜렷한 가슴 근육에 배에는 완벽한 식스 팩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잘 발달된 어깨 근육은 그의 남성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허리 옆쪽의 지질로부터 사타구니로 이어지는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이었다. 그것은 그의 탄탄한 허벅지와 함께 수컷의 강인함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그렇게 섬세하고 아름다운 남자의 몸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다소 노골적이다 싶을 만큼 그의 알몸을 한참 동안이나 응시했다. 그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탄성이 터져 나올 지경이었다.
“뭐지, 지금 그 표정은?”
로마에서 만난 그 남자.
그저 하룻밤의 꿈인 줄만 알았는데, 회사에서 다시 만날 줄이야!! 그것도 낙하산 상사로……
그날부터 모든 게 꼬이게 되는 그녀.
그런데 일도 사랑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녀에게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으니……
‘공모전 사냥꾼’으로 불리던 그.
1999년에 첫 장편을 출간하고 그뒤 일간신문과 여러 매체에 소설을 발표한다.
그리고 여전히 소설을 쓰고 있다.
그는 한국 관능소설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다.